인플레이션 장기화 시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의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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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03일

2025년 현재, 세계 경제는 여전히 완전한 안정 국면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인 2%대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단순히 에너지 가격이나 임금 상승에 있지 않다.
구조적으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경제 체질’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시대에 다시금 주목받는 자산이 있다.
금(Gold) — 고대부터 ‘가치의 최후 보루’로 불려온 실물 자산이다.
“금은 위기의 언어로 말한다.”
그 말처럼, 인플레이션이 길어지고 통화 신뢰가 흔들릴수록,
금은 다시 그 존재 가치를 되찾는다.

이번 글에서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시대 속에서 금이 왜,
그리고 어떻게 다시 평가받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전략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2020년대 초반 인플레이션은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예상한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초기에는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 탈세계화, 재정 팽창이 물가상승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5년 기준 주요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율은
미국 3.1%, 유럽 2.8%, 한국 3.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처럼 보이지만, 실질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특히 식료품·주거비·서비스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자산가치가 실질적으로 하락하지 않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화폐의 구매력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
그 대표주자가 바로 금이다.


2. 금의 역사적 역할 – 위기의 시대마다 부활하다

금은 단지 귀금속이 아니라 ‘신뢰의 상징’이다.
현대 금융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 금은 모든 화폐의 기준이었고,
달러마저 한때 금에 연동되어 있었다(브레튼우즈 체제).
즉, 금은 **‘신용의 뿌리’이자 ‘화폐의 근본’**이었다.

1970년대 미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한 이후,
세계는 ‘신용 기반 화폐시대’로 전환했다.
그 이후 금은 일시적으로 주변부로 밀려났지만,
경제 불안기마다 다시 중심으로 돌아왔다.
예를 들어

  • 1970년대 오일쇼크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 2020년 팬데믹 이후 통화팽창기
    모두 금값이 폭등했던 시기였다.

금은 “인플레이션의 그림자 속에서 빛난다.”
신용이 흔들릴 때, 금은 ‘무언의 안전자산’으로 다시 부활한다.


3. 최근 금 가격 상승의 구조적 원인

2024년 하반기 이후 금 가격은 온스당 2,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불안 때문만이 아니다.

첫째, 실질금리의 하락이다.
명목금리가 5%여도 인플레이션이 3%라면 실질금리는 2% 수준이다.
투자자는 “돈을 맡겨도 실질 가치가 줄어든다”고 느끼며 금으로 이동한다.

둘째,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다.
특히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2024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1,037톤으로 196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긴장,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금을 “국적 없는 자산”으로 인식한다.
금은 어느 나라의 채무도 아니며, 어느 정부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4. 금의 ‘심리적 프리미엄’ – 신뢰의 자산

금은 배당도 없고, 이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금을 보유한다.
그 이유는 신뢰와 희소성에 있다.
금은 인류 역사상 생산량이 제한적이며,
그 물리적 특성상 훼손되거나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다.
즉,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자산이다.

심리적 측면에서도 금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위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숫자로 표시된 자산보다
‘손에 잡히는 실물’에서 안정을 찾는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수록,
금은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5. 디지털 자산 시대, 금의 경쟁자와 공존

최근 몇 년 사이,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이 ‘디지털 골드’라 불리며
금의 대체자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양자는 대체 관계보다는 공존 관계에 가깝다.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높고, 기술적 신뢰에 의존하지만
금은 수천 년간 검증된 실물 기반 신뢰를 갖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금 + 암호화폐’ 병행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JP모건의 2025년 자산배분 리포트에 따르면,
보수적 포트폴리오에서 금 7%, 디지털 자산 3% 배분이
가장 안정적 수익-리스크 비율을 보였다.

즉, 금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기초 신뢰 자산의 중심”으로 남아 있다.


6. 금 투자 전략: 단기 매수보다 장기 보유

금은 변동성이 낮지만, 단기적 방향성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단타보다는 포트폴리오의 분산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장기 포트폴리오 내 금 비중은
보수적 투자자 5~10%, 적극적 투자자 10~15% 수준이다.
ETF(예: SPDR Gold Shares), 금 현물, 금통장, 금선물 등
접근 방식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보유 목적의 명확화’**다.

가격 상승을 노린 투기적 접근이 아니라,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한 ‘보험 자산’**으로서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7. 금의 향후 전망: 실질금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금 가격의 가장 강력한 변수는 실질금리다.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금은 강세, 상승하면 약세다.
이는 금이 이자를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잃는 대가로 ‘안정성’을 사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2026년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4%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의 상승 모멘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과 인플레이션 고착화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금은 향후 3년간 가장 안정적 자산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정리

  • 인플레이션 장기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다.
  • 금은 신뢰, 희소성, 실물성의 세 가지 이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지정학 리스크가 상승세를 강화한다.
  • 디지털 자산 시대에도 금은 여전히 신뢰 기반의 핵심 자산이다.
  • 실질금리 하락 국면에서는 금의 매력도가 가장 크게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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