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은행을 돈을 보관하는 곳으로 착각한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그 돈이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의 은행은 돈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돈을 순환시키는 기관이다.
예금은 곧바로 대출로 흘러가고,
대출은 새로운 예금을 만들어낸다.
즉, 은행은 단순한 중개인이 아니라 신용을 창조하는 엔진이다.
예금의 본질 ‘자산’이 아닌 ‘부채’
은행의 회계장부에서 예금은 부채(Liability) 로 분류된다.
고객에게서 받은 돈은 언제든 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이 돈을 빌려준 대출금은 자산(Asset) 으로 기록된다.
이 역전된 구조가 은행의 핵심이다.
은행은 “남의 돈”을 “자기 돈처럼” 운용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대출의 탄생 신용이 곧 돈이 된다
고객이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그 금액만큼의 현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장부에 새로운 예금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돈이 생겨난다.
이것이 신용창조(Credit Creation) 다.
즉, 경제 속의 돈은 금고에서 꺼내 쓰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급준비율 신용창조의 안전장치
모든 예금을 대출로 전환하면 위험하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게 일정 비율의 지급준비금(Reserve Requirement) 을 의무화한다.
이는 예금 인출 요청에 대비한 최소한의 현금 보유율이다.
예를 들어 지급준비율이 10%라면,
1,000만 원의 예금 중 900만 원만 대출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900만 원이 또 다른 예금으로 흘러가며
결국 1억 원 이상의 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자율 돈의 가격
은행은 예금자에게 이자를 주고, 대출자에게 이자를 받는다.
이 차이가 바로 이자 마진(Interest Margin) 이다.
즉, 은행의 수익은 “돈의 흐름”에서 발생한다.
이자율은 단순히 금융상품의 조건이 아니라
경제의 온도를 조절하는 밸브다.
신용의 확장과 경제의 팽창
경기가 좋을 때 사람들은 대출을 늘리고 투자가 활발해진다.
이때 신용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돈의 흐름이 가속화된다.
반대로 경기침체가 오면 대출이 줄고,
통화량이 감소하며 경제는 수축한다.
즉, 은행의 신용창출은 경기의 심장박동과 같다.
은행의 리스크 신뢰가 깨질 때
모든 은행 시스템은 신뢰 위에 서 있다.
고객이 동시에 예금을 인출하면
은행은 보유 현금이 부족해 ‘뱅크런(Bank Run)’이 발생한다.
이때 중앙은행이 마지막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 개입해
은행 시스템을 보호한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단순한 기관이 아니라 신뢰의 수호자다.
디지털 뱅킹과 금융의 진화
오늘날 은행은 물리적 금고보다
데이터베이스로 운영된다.
모바일 송금, 간편 결제, 인터넷 은행은
은행의 물리적 역할을 넘어 ‘금융 네트워크’로 진화했다.
이 변화의 핵심은 여전히 같다 —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래의 기록과 순환.
은행은 돈을 저장하지 않는다, 돈을 만든다
은행은 단순한 보관소가 아니다.
경제의 피를 순환시키는 금융 시스템의 심장이다.
그들의 역할은 돈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하는 것이다.
“은행은 돈을 보관하지 않는다.
신뢰를 순환시켜 경제를 움직인다.”
